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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만든 영상에 음악만 바꿨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됐습니다 — BGM 편

한 번 실험해봤어요.

똑같은 영상에 음악만 바꿔봤습니다. 인물도 같고, 장면도 같고, 편집도 그대로예요. 바뀐 건 BGM 하나뿐이에요.


같은 영상, 첫 번째 실험 — 걷는 장면

도시 거리를 걷는 인물. 아주 평범한 장면이에요.

여기에 재즈를 깔았습니다.

순간 이 인물은 여유로운 도시인이 됩니다. 퇴근 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 어딘가 세련되고, 서두르지 않아요. 재즈 특유의 리듬이 걸음걸이에 붙으면서 장면 전체가 바뀌어버립니다.

같은 영상에 앰비언트를 깔았습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방금 전 여유롭던 인물이 갑자기 고독해 보입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해요. 쓸쓸한 밤 풍경이 됩니다.


같은 영상에 로파이를 깔았습니다.



이번엔 감성적인 브이로그가 됩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유튜브에서 자주 접하는 그 느낌. 일상적이고 따뜻하고, 편안합니다.



장면을 바꿔서 두 번째 실험 — 계단을 오르는 장면

이번엔 계단을 오르는 인물로 바꿨어요.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깔았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행위 자체가 서사가 됩니다. 운명을 향해 걷는 영웅. 무언가 대단한 일이 곧 일어날 것 같은 느낌. 오케스트라의 상승하는 선율이 계단의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전혀 다른 장면이 됩니다.



긴장감 있는 현악을 깔았습니다.

같은 계단인데 갑자기 무서워져요. 무언가를 향해 다가가는 공포.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현악기 특유의 불협화음이 불안감을 만들어냅니다.



락을 깔았습니다.



이 인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멈추지 않는 액션 히어로. 스타일리쉬하고 강렬해요. 계단을 오르는 게 아니라 '올라가는' 느낌이에요.

BGM은 배경음악이 아닙니다


BGM은 영상 뒤에 깔리는 '배경'이 아닙니다. BGM은 장르를 결정합니다. 인물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관객이 느끼는 감정을 결정합니다.

21년 동안 사운드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거예요.

"BGM 어디서 찾아요?"

근데 사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겁니다.

"이 장면에서 관객이 뭘 느껴야 하나요?"

그 답이 정해지면, BGM은 고르는 게 아니라 설계하는 겁니다.

AI 영상 시대의 BGM

요즘 AI 영상 제작자들이 많아졌어요.

Seedance, Runway, Sora로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고, 올리는 분들. 근데 사운드, 특히 BGM에서 아쉬운 경우를 많이 봐요.

영상은 좋은데 BGM이 '그냥 있는' 느낌인 거예요. 분위기는 맞는데 장르가 없어요. 감정은 있는데 서사가 없어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 AI 영상은 이미 퀄리티가 상향평준화됐거든요. 비슷한 퀄리티의 영상이 많이 쏟아지는 요즘, 같은 장면도 BGM 하나로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될 수 있어요.

BGM을 고르지 말고, 설계해보세요.

다음 편에서는 볼륨 오토메이션을 다뤄볼게요. 볼륨 하나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갈리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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